휴식 같은 만남

by 이혜연

오전에 일하는 곳은 이종사촌 언니의 집과 가까운 곳에 있다. 일주일의 적응기간이 지나고 한 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에도 익숙해진 지금, 오래간만에 늦은 점심을 함께하자고 약속을 정했다.


오후 2시.

한적한 초밥집에서 그간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같은 서울인데도 사는 곳이 다르다 보니 자주 만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각자의 집에서 장녀 역할을 하며 살았던 세월이 깊은 친밀감으로 남아있어 금세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흡수되었다. 지난가을과 겨울 힘든 시기를 건너온 언니의 머리에는 오월 햇살에도 녹지 않은 흰서리가 그대로 쌓여있었다. 그런 때일수록 더 바쁘게 지내시라고 독려하고 격려하는 일 외에는 해줄 수 있는 위로나 말도 없었기에 '세월이 약'이라는 말밖에 전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필요할 때나 혹시 이야기하고 싶으실 때 연락도 하시고 오전 일을 하는 동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얼굴 보자며 헤어졌다. 늦은 오후의 점심이 별 위로가 되진 않았겠지만 만나서 애쓰셨다며 손 잡아주고 맛있는 점심을 함께 한 것만으로도 조금 힘이 되고 휴식이 되셨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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