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집 너머 흐드러지게 핀 수국이 정원에 만개해 있었습니다. 건물 그늘 아래에서 6월 햇살을 식히며 하늘거리는 꽃을 보자면 그렇게 어여쁘게 가꾸어주신 집주인에게 절로 존경과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4월에 옮겨 심은 우리 집 수국은 분홍빛으로 딱 한 송이 피었지만, 꽃이 주렁주렁 포도알처럼 영글어 자꾸 고개를 숙여서 어여쁜 얼굴을 보고자 지지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며 가며 인사도 하고 조금 더 피어있어 주길 항상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해의 절반이 수국처럼 알알이 영글어주었으면 좋겠지만 어쩐지 핀 듯 안 핀 듯 흩날려버린 꽃잎 같은 하루가 아쉽기만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떤 것을 위해 움직이기보다 느긋하게 하루를 버티며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같은 시간들을 관망하듯 바라보게 됩니다. 햇살아래에서 땀 흘려 무언가를 올리는 수고보다 지금은, 그늘아래 말갛게 피어있는 수국처럼 환하게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은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