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네 시간씩 근무한 지 이제 한 달째로 접어들었다. 아침루틴이 조금 더 타이트해졌고, 오후 일정은 매우 빡빡해졌다. 지하철에서는 핸드폰으로 소설을 읽고 당산에서 합정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선 하루를 갈무리해본다. 환자들과의 나포는 잘 형성된 건지 감사하다며 커피며 돈을 주시기도 하고, 오늘은 통닭을 선물 받아 저녁에 식구들과 맛있게 먹었다. 촘촘한 하루가 싫지 않은 이유다.
새벽녘, 최근에 주문받은 그림을 위해 밑그림을 그렸다. 집에 걸어둘 달항아리그림이나 사과를 그려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스케치도 못하고 일주일을 넘게 고민만 했다. 그러다 오늘 새벽 9호 캔버스에 대략적으로 선을 잡고 한참을 앉아있다 생각나는 대로 다시 밑그림 작업을 했다. 오후에 돌아와서는 물감으로 다시 덧칠을 해보고 한참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해 보았다. 원하는 사이즈가 조금 컸기 때문에 9호 캔버스로 여러 번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 하루도 가득가득 채워서 보냈다. 그래도 힘들지 않은 건 스스로 나 자신을 잘 갈무리하며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는 뿌듯함 덕분이다. 또한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아이들이 건강해주고, 집안이 무탈한 것에 대해 오늘도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