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날

by 이혜연
웃는 날

매일 정기적으로 지하철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 소품 같은 플라스틱 팔찌를 주렁주렁 손목에 감싸고 다니는 남자도 있고, 예민하게 주위를 힐끔거리는 여자도 있다. 정장차림에 잘 닦인 구두를 신은 사람도 있고, 슬리퍼에 구겨진 반바지를 입고 헐렁하게 서있는 사람도 있다. 옷차림이나 생김새는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무표정한 표정은 비슷하다. 자신의 감정을 좁은 집에 구겨 넣고 어제와 같은 풍경을 오늘도 느리게 걸어가는 모습이 어딘지 지쳐 보이기도 하고, 아무런 기대 없이 커 테이너 벨트에 앉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풍경 속에 나도 회색인간이 되어 핸드폰만 바라보다가 당산에서 합정으로 넘어가는 한강다리 앞에서는 확 트이는 도시 풍경에 환하게 웃게 된다.


빛나는 윤슬을 따라 거대한 빌딩이 가로수처럼 강길을 시켜 서고, 그 안에서 초록으로 여름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모습이 오늘도 빛나는 하루가 될 거라고 말해주는 듯해서 조그만 모바일 세상에서 벗어나 강물처럼 환하게 웃게 된다. 겨우 2분여의 시간이 24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커다란 응원이 되기도 한다. 잠깐의 풍경, 아주 작은 실바람, 멀리서 울리는 새소리들이 우리를 깨어나게 한다. 그렇게 정다운 하루가 한 번의 웃음으로 시작된다. 그러니 웃자. 소소하게 부는 바람에도, 먼 곳에서 노래하는 새소리에도, 잠시 지나치는 계절에도 새삼스레 감탄하고, 감사하면서 그렇게, 오늘도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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