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첫 이야기

by 이혜연
여름, 첫 이야기

비가 예보되었던 며칠 전과 다르게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강했습니다. 다행히 그늘은 아직 바람이 있었지만 햇살만큼은 여름과 견주어 부족함이 없는 듯 정수리가 뜨거웠습니다. 아이들과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하다는 광릉 숲길을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했습니다.

한강을 따라 굵은 구름이 한가득 펼쳐진 하늘 속을 가로지르며 남양주로 향했습니다. 국립수목원 근처에 자리 잡은 광릉은 가는 길도 빽빽하게 솟은 나무들이 대열해 있는 가운데 좁은 2차로였습니다. 제법 숲이 깊은지 초입부터 도심과 온도차가 있어 보였습니다.

큰 아이가 챙겨 온 작은 뜰채로 누가 누가 올챙이를 많이 잡나 게임도 하고, 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서 미꾸라지와 가재도 잡았습니다. 아차산에서는 새끼 가재를 잡았었는데 광릉 숲길의 계곡에서 제법 큰 가재를 잡고서 모두 흥분했습니다. 짜릿한 손맛만 잠시 느끼고 바로 방생했지만 꿈같은 일들이 믿기지 않아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몇 번이며 복기를 하며 흥분했습니다.


광릉은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와 정희왕후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처음으로 왕과 왕비의 능을 같은 곳에 안치해 이후 왕과 왕비의 무덤이 함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숲길을 걸으며 세조가 단종을 죽이며 왕이 되기 위해 내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작금의 시기에도 왕위를 위한 다양한 다툼과 난이 여러 가지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산행을 마쳤습니다.

산행 후에는 자주 가는 오리백숙집에 들렀는데 장소를 이전하고 그곳에 장어구이 집이 새로 오픈해 반값세일을 하길래 오래간만에 보양식으로 장어를 배 가득 저장했습니다. 통통해진 배를 부여잡고 식당 앞에 펼쳐진 한강변으로 산책을 갔더니 그곳에 하얀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환상적인 여름 저녁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의 여름, 첫 이야기가 아주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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