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by 이혜연
뭐지?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전투태세를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한채 맞닥트린 상대의 예상치 못한 친절에 혼자서 뒷머리를 긁적이며 의문을 갖게 될 때가 있다.
'뭐지?'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기면 의문은 황당함으로 퍼져나간다.
'뭐지??'

밤새 준비했던 1안과 2안이 파기되었다.
복기하며 준비했던 3차, 4차 대처방안도 휴지조각이 되었다.
혼자 잠도 못 자고 끙끙 앓으면서 썼던 못된 소설이 세상에 나와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었을지언정 이 순간 서로의 얼굴을 붉히지 않은 것만으로도 좋은 하루가 되었다. 산다는 것은 정말 아주 사소한 감정적 사건만으로도 지옥으로도 천국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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