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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13. 2022

당신의 무게

마음이 저울질하는 것들

당신의 무게


내가 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머리를 짓누르는

당신은 짐들은 

무엇인가


해야 했던 일들

하지 말아야 했던 말들

미루었던 모든 만남

그리고 

닫아걸어버린 마음


어제의 말들과

지키지 않은 약속이

오늘의  

무게가 된다






집이 위치한 곳이 상가들이 있는 곳이라 항상 주차난이 심합니다. 

물론 우리 상가 앞에도 주차공간이 넉넉지 않은지라 우리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공용주차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종종 모르는 사람들이 주차를 해놔서 정작 상가분들이 불편해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어느 날은 연락처도 기재 안 한 차들이 입구를 떡하니 막아서 속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연락처가 있으면 최대한 연락을 해서 차를 빼도록 합니다. 

그런데 어제 신랑이 잠깐 앞 건물 쪽 부동산 앞에 주차를 하고 왔다가 아이들과 함께 물건을 사러 나가는데 주차 딱지가 붙어있다며 새로 생긴 부동산에서 신고를 한 것 같다고 화를 내더라고요. 

부동산에서 연락처가 있는데도 보자마자 신고를 한 것입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부동산인데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었습니다. 

이웃 간에 너무 삭막한 것 같아 신랑에게 내가 이야기해보겠다고 하고 부동산으로 갔습니다.


"저희 주차공간이 아닌데 주차를 해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런데 연락처가 있었으니까 다음엔 먼저 연락을 해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는 저희 공간이고 신고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어요."

"법은 알고 있어요. 그래도 여기다 주차하는 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건데 이웃끼리 연락은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 살아요?

"바로 앞 건물에 살고 있어요."

"세입자예요?"


뭐지? 왜 세입자인걸 물어보는 거야?

문제의 쟁점은 그게 아니잖아.


"세입자는 아니에요. 우리 건물이에요."

"어? 들어와서 얘기하시죠?"

"제가 마스크를 안 써서 곤란합니다."

"한두 사람이 아닌데 일일이 전화하는 것도 일이에요. 이렇게 본보기를 보여야 입소문이 나서 다시는 주차를 안 하죠."

입소문....

주차에 대한 입소문일까?

"항상 일을 이런 방법으로 처리하시나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나왔다. 


그런데 우리 신랑이 외출하고 돌아와서 다시 부동산에 가서 이야기하니 기분이 나쁘다며 코딱지만 한 건물 있다고 유세하냐고 화를 냈다는 말을 들었다. 

신랑에게도 왜 다시 갔냐고 혼을 내고 잊어버리라고 했다. 


우리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라고 항상 교육을 시키셨다. 

형제들하고 다툼이 있을 때도, 동네에서 싸움이 났을 때도, 누군가 나를 서운하게 했을 때도 항상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엄마의 말은 진리였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었다. 


문제는 일어나는 것이고 거기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과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런데 내 힘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까지 이겨보겠다고 악을 쓰면 결국엔 나 자신이 너무 황폐해진다.

진다는 것은 내가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너를 안고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 존재라는 강한 자기 확신이다. 

굽신거림이 아니고 좀 더 나 자신을 넓히겠다는 자기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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