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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15. 2022

당신이 떠난 자리

색색의 그리움만 남았다



당신이 떠난 자리


함께 했던 시간

말의 기억보다

당신의 온기

따스했던 눈빛


그리고

그 자리

당신의 체취


당신이 떠난 자리

햇살이 그림자처럼 

지나가 버린 

텅 빈

의자 위에서


미련한 그리움만 

하염없이 

앉아있다




가끔씩 내가 생각하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가을.

모든 것이 떠나가고 나무는 홀로 남아 겨울을 지켜내려 할 때. 

바람은 차가워 어깨가 절로 오그라드는 날들이 오면 내가 떠나간 자리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봅니다. 

어쩌면 좋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릴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던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후, 아픈 언니를 아무런 대책 없이 보낸 후 

혼자서 결심했던 것은 절대 이 생에 사는 동안 허투루 사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루지 않기.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


지난 금요일 마트에서 사 온 총각무로 토요일 깍두기를 담갔습니다. 

아이들 먹기 좋은 크기로 작게 자르고 배와 사과 홍시로 단맛을 내고 작년에 담가둔 매실진액도 조금 넣었죠. 제철인 청각도 좀 썰어놓고 양념은 그런대로 맛있게 됐는데 무를 작게 썰었더니 너무 짠맛이 강하더라고요. 

익으면 괜찮을 듯싶어서 첫째 친구 엄마에게 조금 나눠주고 

세입자분들에게도 전화해서 좀 짜게 됐는데 드실 거냐고 물었습니다. 


양념은 괜찮아요. 무가 문제예요^^

몇몇 분은 괜찮다고 하고 두 분은 굉장히 감격스러워하시면서 주시면 너무 잘 먹겠다는 연락을 주셨어요. 신나서 반찬 그릇에 담아 드렸더니 냄새부터 너무 맛있게 난다며 좋아해 주셔서 빈말인 줄 알면서도 마음이 흐뭇하더라고요.

 

어제는 그중 한 분이 부산 본가에서 가져온 거라며 감을 주고 가셨습니다.

이런 소소한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웃이 있어서 좋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서로 이별을 해야 하겠지만 함께 하는 동안 

어쩌다 한 번씩 서로의 안부를 물어가며 그렇게 살아가길 원합니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니까요.

또 그래야 봄도 오고요.


정이 담긴 감 (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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