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그늘

by 이혜연
여름의 그늘

목을 조여 오는 열기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지치게 하는지 바닥까지 다그닥다그닥 긁어낸 인내심으로 하루를 버티게 한다. 식욕을 잃으면서 움직이고자 하는 열망도 함께 지워져 간다. 흐느적거리며 녹아내리는 팔과 다리가 방바닥에 철푸덕 흐트러지며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다. 이제 시작인데 여름의 불타는 터널을 어찌 건너야 할지 벌써부터 두렵다.


하지만 작열하는 열기는 길가 한 귀퉁이에서 아스팔트 위로 환상처럼 오아시스를 만들어 우리를 걷게 하고, 지상에 서있는 모든 것들이 드리우는 그늘은 미약하나마 바람을 만들어내곤 한다. 솜털하나 시원하게 흔들지 못하던 미세한 바람들이 모여 태풍을 만들어내듯이 우리의 일상의 어떤 일들은 이 더위와 갈증을 이겨내고 계절이 바뀔 때쯤엔 커다란 열매가 되어 세상을 빛낼 것이라고, 오늘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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