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

by 이혜연
태양은 가득히

지구 한가운데로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잠겨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상이 뜨겁다. 후덥지근한 그늘을 벗어나면 살갗을 태우는 날것의 열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조그만 물 웅덩이라도 보이면 주저 없이 뛰어들고 싶어지는 여름이 왔다.


어렸을 때는 저수지에 가서 살다시피 하며 여름을 보냈다. 하루 종일 물속에서 놀다가 보면 한 낮인데도 입술이 파래져 햇살로 달궈진 너럭바위에 몸을 데운 후 다시 오후 내내 강에서 놀곤 했다. 유유히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바라보며 물살에 흘러가다 보면 나를 따라오는 나른한 흰구름에 잠이 스르륵 올 때도 있고, 고요한 세상 한가운데 혼자 유영하는 작은 세계가 온통 나만을 위해 준비돼있는 것처럼 특별한 행복을 느끼게 될 때도 있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면 여름 한가운데서 물속을 유영하던 무위의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맛있는 음식이나 뭔가를 잔뜩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없었어도 그때 그 시절,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바라보던 뭉게구름이 더없이 달콤한 행복을 주었던 이유는 뭘까.


오롯이 나로, 아무것도 아니지만 존재하는 자체로 느꼈던 행복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하지만 오십이 넘은 나이에 다시 발가벗고 오염돼버린 어린 날의 고향마을 저수지에서 수영을 할 순 없으니 오늘을 잘 살아낸 자신에게 고맙다고, 지금 뜨거운 인생길 한가운데를 잘 견뎌주고 있어 더없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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