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대하는 각각의 자세

by 이혜연

밤새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틀어봐도 몸을 휘감겨오는 더위를 쫓아낼 수가 없다. 창밖이 불타는 듯 느껴지고 체온을 내리기 위해 수도꼭지를 열어 샤워를 할라치면 뜨거운 온수가 나온다. 정오의 짧은 그림자사이로 나갈 엄두도 못 내고 발끝을 시리게 하는 냉기에 이불을 돌돌 말고 소파에 누웠다. 중년의 여름은 고역이고 형벌이었다.


같은 시각 현관문 사이로 한 떼의 아이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여럿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의 이름을 불러댄다. 주말 오전 11시. 밤새 뒤척인 건 나 혼자 뿐이었는지 생기가 가득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리는 말소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 손에는 물총을 들고서 근린공원으로 물총 싸움을 하러 가자고 떼로 몰려온 것이다. 기세등등한 태양이 여전히 숨이 막히고 성을 내고 있는데도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한낮을 질주하며 맑은 물줄기를 뿜어대고 있다.


같은 하늘아래 헐떡이는 계절을 함께 겪고 있는데 여름은 각자의 몫으로 빛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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