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늘 아래에 서면

by 이혜연

요즘은 그늘에 서면 조금은 시원한 바람을 머금고 있어 살만한 날들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태양은 식을 줄 모르고 애태우고 갈증 나게 하지만 우뚝 솟은 푸른 나무 그늘이 징검다리처럼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려던 캠핑장은 계곡물이 말라버렸다는 말에 취소했습니다. 대신 옥상에 텐트를 치고 큰 아이가 좋아하는 숯불구이를 해 먹기로 했습니다. 옥수수, 가래떡, 앞다리살, 마시멜로와 각종 야채를 준비하고 허리를 펴니 시선 끝에 붉은 노을이 물들고 있었습니다.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고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심 한복판, 언감생심 까만 밤하늘에 총총히 뜨는 별들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마음에 오늘 이 밤의 색다른 만찬이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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