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짝, 징검다리처럼 가로수 그늘과 그늘 사이를 건너뛰듯 걷다 보면 뜨거운 열기 사이로 조금은 다른 온도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세 발짝, 정수리가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가슴골 사이로 땀이 주르륵 전신을 훑고 떨어진다.
네 발짝, 속이 바싹바싹 타고 기운이 없어지면서 왠지 모를 짜증과 원인을 알 수 없는 화가 치민다.
다섯 발짝, 달궈진 도로와 뜨거워진 공기와 가차 없는 하늘에 속절없이 중얼중얼 욕지기가 올라온다.
이 여름이 힘들고 버겁다며 내게서 이 계절의 잔을 거둬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즈음 물놀이 놀이터에서 청량한 아이들의 웃음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흠뻑 젖은 채 연옥 같은 시간들을 내지르며 기쁨으로 그들의 생명의 잔을 넘치게 담고 있었다. 짜증으로 가득 출렁이던 내 잔을 누가 채웠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