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by 이혜연

비가 갠 하늘에 구름이 바쁘다. 하얗고 보드랍고 도토운 것들이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며 사라졌다 다시, 꽃처럼 피어난다. 고개를 들어 오분이라도 하늘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뜨거운 열기에 바쁜 걸음을 재촉할 뿐 푸른 하늘에 순식간에 피고 지는 하얀 꽃들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간다.


하늘의 꽃이야 지든 말든 길가에 목을 길게 뻗어 피어난 접시꽃들도 한창이다. 비단처럼 보드랍고 촉촉한 잎새들이 퍼붓듯 쏟아지는 비에도, 태울듯한 태양빛에도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고, 고개를 꺾지 않은 채 환하게 피었다. 이제 막 피어난 그의 생에서 반절은 비와 바람과 작열하는 햇살뿐이었을 텐데도 그의 낯빛이 저리 빛나는 것은 그 모든 순간이 살아있음의 증표임을 스스로 깨우쳤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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