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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17. 2022

편지

편지


쏟아지는 말들을

담을 수가 없다


주르륵 흘러내린

글자들 속에서

듣고 싶은

마음 한 조각


읽힐 말보다

전해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기에


오늘도

한 자 한 자

너에게 쓴다




이상하게 가을은 햇살 좋은 카페에 앉아 조용히 작은 편지라도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고등학교 때 꽤나 많은 편지를 친구들에게 받았는데 고향집에 가면 아직도 파일첩 4개가 그 시절을 기록해 남아있습니다. 신기한 게 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도 편지를 읽다 보면 그때 친구의 표정이나 주변 환경까지 드라마 회상씬처럼 떠오릅니다.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3년 동안 저를 돌봐준 친구의 편지입니다. 너무 힘든 때 의지처가 돼주고 아픈 짐승 보듬듯 저를 보듬어 준 친구 집에서도 밤마다 울던 때가 있었어요. 자는 게 무서울 때는 거실에서 친구의 손을 잡고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다보니 사는 게 너무 고역이었죠.  더 힘든 건 삶의 고통이 주기적으로 계속 올 거고 나의 최선에도 불구하고 다시 구렁텅이를 거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였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불행이라면 내 손으로 끊어내 버리자라는 생각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던 어느 날 닫아건 문틈 사이로 편지 한 통이 쓱  밀려들어왔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나는 당신이 태어나줘서

너무 감사하다."


한의과대학 여학생회장이였던

집주인.

그리고 영원한 나의 은인이자 친구.


항상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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