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 그리고 글 쓰기에 앞서 6살 7살 연년생 형제를 키우며 가능한 일인지에서부터 놀랍다고 하신다.
다행히 우리 두 아이는 서로 사이가 좋고 첫째가 아빠를 닮아서 꼼꼼한 성격이다.
그래서 육아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힘들여서 하지도 않는다.
나는 아이들과 대화할 때 왜라는 질문과 그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함께 물어본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자기 전에는 꼭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냥 책 읽기는 해 본 적이 없다.
가령 어제는 볍씨를 고르기 위해 소금물에 담그면 쭉정이가 올라오는 이야기책을 첫째가 골라왔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은 항상 자기가 골라오는데 이 책도 최소 열번은 함께 읽었다. 하지만 매번 우리의 이야기거리는 다르다.
어제는 쭉정이가 뭔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했다.
쭉정이는 뭘까?
겉은 씨앗과 똑같은데 속은 비어있어서 소금물에 담그면 떠오르게 되는
속빈 강정이다.
소금물이란 변수와 고통 앞에서 쭉정이는 견딜 수가 없다.
우리는 쭉정이의 모습과 행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6살은 6살 나름대로, 7살은 7살 나름대로, 50짤은 50짤 나름대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뿐 맞다 틀리다 정의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그간의 경험치를 조금 더해서 말해줄 뿐이다.
대학교 때 심리학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쉰다는 것의 정의를 참 신선하게 들었는데 쉰다는 건 널브러져 시간을 죽이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고 하셨다. 쉰다는 것은 하고 있는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즐거운 일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의 스트레스를 어쩌면 아이들의 웃음에서 풀거나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쉼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대화 속에서 뜻밖의 인사이트를 얻기도 해서 글을 쓸 때도 다양하게 접목시켜보기도 한다. 아이들과 책 읽기가 끝나면 잠들기 전에 마사지를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