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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19. 2022

가을 풍경

당신에게 드리는 가을 한 조각

가을 풍경

꽃이 피면

나비를 기다리고

바람이 불면

어깨를 움츠리고


햇살도 담고

스쳐간 바람도 

추억하다가

그 모든 것들이 

영그는 때가 오면


붉게 물든 가슴

툭 따서

당신에게 드리리




엊그제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돼지 등뼈를 봤습니다. 

사 먹기만 했던 감자탕을 갑자기 해보고 싶게 양도 많고 살도 많이 있더라고요.

얼른 한 팩을 집어 들었는데 가격도 얼마나 착한지 7000원이 채 안됐습니다. 

집에 와서 검색창을 이용해서 양념을 만들고 어제저녁에 한차례,

오늘 아침에 또 한 번 푹 끓였더니 고기도 맛있고 시골 시이모님이 주신 무청도 너무 부드럽게 잘 익었더라고요. 한 솥 가득 끓이고 나니 우리 가족만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 돼버렸어요. 

아침부터 세입자분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조미료를 하나도 안 넣은 음식이라 뒷맛이 깔끔해서 드려도 욕은 안 먹을 것 같았어요. 

한분 한분 대접에 담아서 드리고 오는데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그중 한 집에서 답례로 감을 주셨습니다. 


가을이 오면 모든 것들이 조금 풍성해져서 마음도 덩달아 자연을 닮아 나누고 싶어지나 봐요. 

한 해동안 땡볕도 이겨내고 태풍도 이겨내며 지켜냈던 열매도 가을 끄트머리까지 나무에 남아서 겨울을 나야 하는 새들에게 양식을 제공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나눠준 열매를 통해 씨앗은 다시 땅으로 떨어지게 되고 대지는 다시 그 씨앗을 나무로 키워내죠. 사람의 삶도 어쩌면 자연처럼 순환되는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는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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