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또 한 번 푹 끓였더니 고기도 맛있고 시골 시이모님이 주신 무청도 너무 부드럽게 잘 익었더라고요. 한 솥 가득 끓이고 나니 우리 가족만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 돼버렸어요.
아침부터 세입자분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조미료를 하나도 안 넣은 음식이라 뒷맛이 깔끔해서 드려도 욕은 안 먹을 것 같았어요.
한분 한분 대접에 담아서 드리고 오는데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그중 한 집에서 답례로 감을 주셨습니다.
가을이 오면 모든 것들이 조금 풍성해져서 마음도 덩달아 자연을 닮아 나누고 싶어지나 봐요.
한 해동안 땡볕도 이겨내고 태풍도 이겨내며 지켜냈던 열매도 가을 끄트머리까지 나무에 남아서 겨울을 나야 하는 새들에게 양식을 제공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나눠준 열매를 통해 씨앗은 다시 땅으로 떨어지게 되고 대지는 다시 그 씨앗을 나무로 키워내죠. 사람의 삶도 어쩌면 자연처럼 순환되는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는 가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