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저 찬 기운 하나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헐떡이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꽃들에게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려보지만 한낮의 열기엔 감당이 되지 않는 듯 쉽게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늘어져버립니다.
뜨거운 지면을 내디뎌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지만 오늘도 아이들의 하루를 위해 물놀이장으로 향했습니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여름이야말로 아이들에겐 천국의 날들입니다. 지친 세상 한가운데 오직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만 살아있음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지옥불에서 허덕이는 어른들과 다르게 아이들은 뛰고, 구르고, 물속을 유영합니다. 연옥의 뜨거운 불구덩이에서 죽겠다 하는 자리 한가운데, 꽃처럼 환한 웃음이 있는 곳은 아이들이 있는 자리뿐 인 것 같습니다. 찜통 같은 더위와 온천수가 돼버린 물속에서도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이 있는 자리가 꽃자리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힘든 시기 가운데 언제든 그 모든 날들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