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그리운 것들의 이름
by
이혜연
Aug 19. 2025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은하수를
평상에 누워 눈에 담아내던
여름날
그때 엄마는 어여쁜 중년의 아줌마였고
아빠는 농사일로 잔근육이 멋졌던 아저씨였고
오빠는 꿈을 꾸는 청년이었지
아픈 몸을 모로 누운 채
방 안에서 지켜보던 언니도
눈을 끔뻑이며 살아있었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남동생에게선
아기 분냄새가 아직 남아있던
그런 날들이었지
마당에 쑥을 태워 모깃불을 지피면
고샅을 지나가던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들이
하나둘 하릴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서고
급하게 쪄내놓은 감자와
마당 한켠 담벼락을 지키며 서있던
알 굵은 옥수수를 삶아
소쿠리 가득 내어놓고
지난 홍수 때 이야기
뜨거운 햇살에 금방 물러버리는 고추이야기를
별이 지도록 하고 또 하던
지난여름들
이제는 골목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름들
대문을 열어두어도
그 문을 밀고
찾아오는 이 없는
옛사람들이 떠난 자리
일 년에 두어 번
기억할 이름 없는
텅 빈 마당에 서서
몇 해째 주인 없이 피어나는
방앗잎을 따고 있노라면
구부정한 그림자를 끌고
"이제 가냐?" 하며 인사를 건네며
텃밭에 심은 호박이며
햇된장을 놓고 가신다
당신들 살아있을 적에
아이였던 내 모습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때까지
엄마 없는 고향집 들러줘 고맙다며
놓고 간 간장이며 고추장이
그리운 이름들을 다시 추억하게 한다
keyword
그림에세이
은하수
중년
30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이혜연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강사
오늘을 완성한 시간
저자
안녕하세요?매일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읽는 마음을 그리는 작가 난나입니다. 하루 한장 그림을 매일 하고 있어요. 저의 글과 그림이 위로가 되고 길이 되길 기도합니다.^^
팔로워
401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계절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렇게 평온한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