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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21. 2022

순환

모든 시작과 끝

순환

그것은

나에게서 나왔지만

나는 아니다


태어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모든 것들은

결국

하나다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그리고

모든 것의 시작은

나로부터


우리는 그렇게

순환되어 간다





예전에 나는 다시 태어나는 윤회에 대해 많은 거부감이 있었다. 인생은 고달픔이라는 것을 조금은 엿봤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잡는 일은 선무당이 하는 것처럼 수많은 인생사 중에 고통을 조금 먼저 본 나는 다시 돌아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 방법을 알고 싶었다. 심할 때는 모기가 내 팔을 물어도 때려죽이지 않았다. 지금 같으면 가차 없이 두툼한 내 손바닥으로 현생의 골칫거리를 해결하겠지만 그땐 열심히 내 피를 빠는 모기마저도 목숨 걸고 생을 유지하려는 사투로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때는 교정에 한정 없이 앉아 있기도 했다.

친구들이 무슨 생각하냐고 물으면 흙에 대해 생각한다고 했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친구들은 얼치기 없다는 표정으로 흙에 대해 생각할게 뭐 있냐고 되물었다.

나는 그 속에 녹아들어 있는 생명들에 대해 궁금했다. 안쪽에 살아있는 현생의 미생물부터 지상에서 살았던 모든 생명체가 결국은 하나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항상 마음이 갔었다.


그렇게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안쓰럽고 궁금했었던 적도 있었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다른 차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여름만 있는 곳에 사는 식물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곳을 상상하지 못하듯 내 상상은 항상 가다가 막히곤 했다. 그래서 되돌임처럼 다시 처음부터 질문을 하고 상상을 한다. 그러면 절로 세상이 얼마나 큰지 동시에 얼마나 작은지에 대해 어렴풋이 깨닫게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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