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살았으니 객지에서 거의 25년을 보내면서 불 켜진 집에서 누가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고서는 신랑이 퇴근한다는 전화를 하면 매일 새로운 요리를 해서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그게 10년이 되니 밥상에 숟가락, 젓가락 세팅이 되고 한상이 완성이 안 되어있으면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난감한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는 기쁨이 귀찮음보다 큰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생물학적 부모 말고 뒷모습을 보며 걸을 수 있는 부모가 되겠다고 결심했는데 상대를 위해 정성껏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중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런 것이 아닌 사랑의 한 표현이기도 하고 당신의 수고에 대한 나의 답가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며 합니다.
그렇게 저녁을 준비하면 집이 요리하는 냄새와 불의 온기로 따뜻해집니다. 내일은 뭘 해 먹지? 하는 고민과 고달픔이 있긴 하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다시 밥상을 차려낼 것입니다.
20년이 넘게 추운 집에 들어서다가 이제 함께 따뜻한 밥상에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며 함께 먹는 저녁을 맞는 것 자체가 행복이란 걸 매 순간 느끼게 되면 감사하고 감사한 오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