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온도

by 이혜연

봄에 오는 비는

연노랑 병아리만큼의 온도

포근한 색으로 내리며

싹을 틔우지


여름에 내리는 비는

진초록의 삼나무 비

깊은 숲 가득

살아있는 것들에

생기를 더하지


가을에 내리는 비는

꽉 채운 적색비

활활 타는 태양을 삼켜

달고 달게 열매를 숙성시키고


겨울에 내리는 비는

차갑게 빛나는 투명한 색

하얗게 쌓이며

다시 깨어날 모든 것들에

안식을 선물하지


그리고 오늘,

책갈피처럼 책장을 가르는

비가 오는 날 뒤에

사람이 사는 마을엔

새로운 계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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