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이 담기는 향기

by 이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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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는 결혼 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신랑이 20대 중반이고 아버님은 환갑을 못 넘기신 나이였기에 충격이 컸다고 한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계기로 신랑은 바로 금연을 했다고 하는데 결혼할 때만 해도 늘 잔기침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신혼 초엔 겨우살이와 대추, 도라지를 넣고 슬로 쿠커로 48시간 우려낸 물을 매일 마시게 했다. 그렇게 2년을 꼬박 챙겼더니 잔기침이 많이 줄어들어 가을에 모과차를 만들어 먹였다. 표면이 매끈해서 칼질하기가 사나웠지만 향이 좋아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계절이 바뀌는 날들이 왔다. 하늘은 자주 비를 쏟아내며 더운 기운을 잠재우고 있고, 하늘은 멀리 물러서며 바람을 채워주고 있다. 여름내 강렬한 햇볕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버텨준 잎들이 만들어준 그늘 덕분에 대추는 빨갛게, 은행은 노랗게, 모과는 향기롭게 익어가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준 선물들을 깨끗이 닦아 가족들에게 건강을 주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날, 달큼한 향기를 소복이 담아내 서로의 곁을 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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