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혜연

스스로

이만큼의 빛이

전부라고

거짓말을 했었지


이겨낼 바람없이

가지는 새로운 가지를 냈고

계절을 몰라도

시간은 안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틈에

낯선 공기가 느껴졌지만

위험하다고

저것은

내 공간이 아니라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이만큼 밖에 없다고

체념했었지


문을 열면

쏟아져 내리는

저 수많은

빛을 두고도




작년 이맘때쯤 우리 집엔 새 식구가 들어왔습니다.

손바닥만 한 몸에 보드라운 털을 가진채 항상 바쁘게 입을 움직이며 날카로운 이를 갉아대는 우리 집 막내 보들이.

처음 온 날 서로 햄스터에게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선자는

앞으로 전담 시중을 들 수밖에 없는 제가 되었죠.

만지면 보들보들해서 보들이.


이놈이 주인 닮아서 곁을 안주는 동물로 유명하더군요.

먹이를 줘도 가르릉 거린다거나 안겨서 비벼대는 것 없이 낯설다 싶으면 날카로운 이로 앙 깨물어버립니다.

가장 많은 피해자는 단연 우리 둘째 똥그리.

예쁘다며 힘을 잔뜩 주고 잡으니 보들이는 나름 불편함의 의사표현을 확실히 한 셈이죠.


탈출은 또 어찌나 잘하는지 일주일씩 못 찾아 죽은 건 아닐까 걱정할 때쯤 거실을 다다다 뛰어가는 놈을 생포하느라 진땀 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랬던 보들이가 오늘 아침 집 청소를 해주려고 살펴보니 죽어있었습니다. 일 년 가까이 함께 했었는데, 엊그제 봤을 때도 이리저리 잘 움직이던 녀석이 싸늘하게 식은 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마지막을 못 봐줬구나..


그러면서 보들이가 살기에 좁디좁은 우리를 봤습니다.

주기적으로 청소도 해줬고 보드라운 톱밥도 깔아주었으며 해바라기씨, 고구마, 사과 같은 음식도 잊지 않았지만 결국 나는 보들이를 사각형 우리에 가두고 살았다는 반성이었습니다.

우리 두 똥그리도 울고 저도 울었지만 보들이는 드디어 우리에서 벗어나 더 넓은 곳으로 가버렸죠. 우리 가족과 함께 해줘서 감사했다는 인사와 함께 잘 묻어준 뒤 돌아오는 길에 한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곳, 풍족하지만 갇힌 그 세계가

내게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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