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너를

by 이혜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면 무표정할 것 같은 도시에도 계절이 흐르고, 출렁이는 감정들이 돌부리처럼 솟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적색 신호에 걸려 억지로 멈춰 서야 했을 때 작게 불평하며 내리깐 시선 속에 도로 한 귀퉁이의 가을꽃들에게 연민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빠르게 흘러가는 무심한 발길들 사이에서 자신의 생에 가장 아름다운 색을 내며 피어있음에 대견해하며 감탄하기도 한다.


찌르릉 거리며 양보를 구할 때 무심한 듯 살짝 한걸음 옆으로 길을 내어주는 사람들에게서 감사함 한 조각을 얻어가기도 하고, 연거푸 받은 초록 신호등에 로또라도 맞은 듯 신나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누구와 만나 신나게 대화하지 않아도 가만히 내 안의 너와 조우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이 힘들었던 계절들을 살아낸 나에게 주는 가을의 선물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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