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서 크게 한 번 앓고 나니 주어지는 모든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곁에서 계속 두 아이와 아픈 아내를 보살펴주던 오징어 신랑은 든든한 왕자님이 되었고, 햇살이 화사한 오늘은 삶의 또 다른 선물이 되었습니다. 독한 감기의 마지막주자가 될지 몰라 주말엔 좀 쉬라고 말했지만 오늘이 가장 아름다운 가을날이 될 것 같다며 인사동과 인왕산 둘레길로 데이트를 가자고 해서 함께 가을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북적이는 도심의 옛 거리는 어깨를 맞대고 걷는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일 정도로 여러 국적의 여행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아이들이 교회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바람에 때아닌 둘만의 데이트가 되어 돌아다니는 내내 손을 잡고, 거리의 음악을 들었으며 작은 소품샵에서 목걸이와 팔찌를 깜짝 선물해 준 신랑 덕분에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행복이 줄줄 새는 날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없이 조용히 속삭이는 사랑의 언어도 좋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먹었던 점심과 손을 잡고 올랐던 인왕산 둘레길도 가을을 더없이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수줍지만 다정하고 번드르르한 말도 없지만 비난도 없는 그대가 곁에 있어줘서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