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 내리는 노란 가을빛들 위로 걷다 보면 햇볕에 걸어둔 이불 위를 뒹굴 때처럼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마른 잎들이 발아래서 노랗게 발화하다 이내 바람을 따라 반호를 그리며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모습이 쓸쓸하기도 하고 가엽게도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마당에 다발로 피어있는 노란 국화는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이렇게 급작스레 추워지는 날들이 며칠만 더 반복된다면 꽃잎을 우수수 떨어트리며 겨울 속으로 저물어갈 것입니다.
마지막 잎새를 남겨둔 달력도 창백히 떨고 있는 11월. 마주 앉은 처음 1이라는 숫자 앞에서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서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세상을 마주하고 버티고 있으니 올해도 잘 해냈다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