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다롱이

by 이혜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직업인으로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경력이 쌓일수록 반 점쟁이가 되곤 한다. 한 사람이 갖는 분위기에는 몸짓과 말투, 시선과 걸음걸이까지 모든 게 포함되어 있고 그 사람 특유의 성질을 파악하게 되는 건 1초가 채 안될 때도 있다. 그리고 처음 그 느낌에서 벗어나거나 아예 틀리는 경우도 흔치 않을 정도로 외모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는 실로 대단하다. 그래서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맞는구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옛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번지르할 것 같았던 일 년이 속절없이 저물고 있다. 거울 앞에 서서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직도 타인이 주는 말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나 또한 뜻하지 않게 소중한 이들을 아프게도 하는 말로 아프게도 했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쌓여 내면을 이루고 마침내 그 모든 성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는 나이가 된 것이다. 늦은 가을, 오늘도 깊이 스스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떨쳐낼 것들은 쓸어내 버리고 간직할 것들은 깊이 숙성시키는 하루가 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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