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 뼘 걷기

by 이혜연


동글동글하고 환하디 환한 동그라미 꽃들이 담긴 어제의 그림이 치유의 효과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신발끈 매는 중에 배가 떨어지듯 우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던 열이 어젯밤 이후로 뚝 떨어졌습니다. 정말 기적처럼 오늘 아침은 관절이 아프지 않았고, 머리가 돌덩이처럼 무겁지 않았으며 온몸이 늪속으로 하염없이 꺼져가는 느낌 없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고통 없이 맞이하는 아침이 이렇게 축복인 줄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덕분에 일주일 만에 자전거로 가을날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은 서울에서 아름다운 은행나무길로 유명한 올림픽공원 길을 지나쳐가야 하기 때문에 가을로 한 뼘 더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사르르 불어오는 바람에 우수수 쏟아져내리는 노란 잎새들의 레몬빛 노래가 하루를 얼마나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감탄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힘들이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오래된 평범함이 깃든 오늘이 주어짐에 감사함이 더해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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