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평온한 주말 오후

by 이혜연


일기예보에서는 이번 주말이 지나면 영하권 날씨가 올 거라며 벌써부터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과 맑은 하늘빛이 아름다운 가을 한가운데 오늘이 펼쳐졌습니다. 느린 아침과 나른한 식사를 한 뒤 몇 주전부터 약속을 잡아놨던 친구집 김장을 함께 하려 출발했습니다. 동태와 꽃게를 사서 동태탕 준비를 하고 족발도 넉넉히 2개를 사서 오래된 인연들과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송파동 외곽에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친구 어머니 덕에 밭 한가운데 커다란 널빤지를 놓고 배추 100 포기로 김치를 담았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서 떡과 커피, 음료수를 사간 덕분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노랗게 반짝이던 은행잎들이 노란 물고기처럼 가을을 유영해 흘러가는 모습에 새삼 감탄도 했습니다. 밭 한가운데 동그랗게 마주 앉아 막 담은 김치와 동태탕, 그리고 족발로 잔칫상 같은 점심을 먹은 후 밭에서 싱싱한 다발무와 늙은 호박, 야들야들 부드러운 상추를 얻어와 세입자분들과 아이들 교회에 나눔을 하고 해 걸음이 내려앉은 안방에 피곤한 몸을 뉘이니 새삼 느슨한 오늘이 따뜻하고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두 평온한 주말을 보내셨나요? 이렇게 몸도 마음도 충전을 했으니 내일은 다시 더 큰 행복주머니에 가득가득 행운과 기쁨을 담아보아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래서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