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끼고 아끼는

by 이혜연


일상이 바쁘다 보니 제일 먼저 소홀해지는 게 청소입니다. 식사를 준비하고 매일 두 아이의 공부를 봐주고 자기 전 책 한 권 읽어주기와 다리 마사지하는 걸 하다 보면 더 이상 체력이 남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신경을 기울이지 못하는 건 수십 개에 달하는 식물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바쁜 아침을 보내고 저녁에 돌아와 식구들을 챙기다 보면 내 손을 기다리는 국화와 장미, 수국들의 목마름을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잎이 시들시들해지고 가지가 축 늘어지면 비로소 그들의 아우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는 주말이 되면 아침부터 가을 가뭄으로 힘들어하는 꽃들에게 물을 흠뻑 주는 걸로 시작을 합니다. 누군가를 아낀다는 건 허투루 소비하는 시간 없이 온전히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기색을 살피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스스로를 돌보는 일도 놓치지 않고 해야겠지요.


곶감 빼먹듯 아껴먹는 주말이 지나갑니다. 오롯이 조금 남겨진 허전한 행복을 만끽하며 내일을 준비해 봐요.



아직 가을이 남아 있는 과천어린이 대공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