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바쁘다 보니 제일 먼저 소홀해지는 게 청소입니다. 식사를 준비하고 매일 두 아이의 공부를 봐주고 자기 전 책 한 권 읽어주기와 다리 마사지하는 걸 하다 보면 더 이상 체력이 남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신경을 기울이지 못하는 건 수십 개에 달하는 식물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바쁜 아침을 보내고 저녁에 돌아와 식구들을 챙기다 보면 내 손을 기다리는 국화와 장미, 수국들의 목마름을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잎이 시들시들해지고 가지가 축 늘어지면 비로소 그들의 아우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는 주말이 되면 아침부터 가을 가뭄으로 힘들어하는 꽃들에게 물을 흠뻑 주는 걸로 시작을 합니다. 누군가를 아낀다는 건 허투루 소비하는 시간 없이 온전히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기색을 살피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스스로를 돌보는 일도 놓치지 않고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