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들이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걸까. 부질없는 일에 더 마음을 기울이는 자율적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는 나는 소소하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에 희열을 느끼곤 한다. 지나가다 자전거 도로에 돌멩이가 있으면 내려서 치우는 걸 좋아하고, 도로 옆에 무심히 피어있는 꽃들에 인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아침 커피를 주문하는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에게 감사함을 듬뿍 담아 환하게 인사를 건네고, 실없는 농담으로 매번 신랑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얻어내기도 한다.
비가 오거나 갑자기 계절이 느껴질 때면 세입자분들에게 커피 쿠폰을 보내기도 하고 찬바람이 예보된 날들에는 등뼈를 잔뜩 사와 시래기를 불려 솥 가득 감자탕을 끓여서 함께 나누어 먹는다. 친구들은 그런 일들을 왜 하냐고 타박하지만 어렸을 적 시골에서 성장한 정서가 남아있어 담벼락이 낮은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먹는 일이 큰 기쁨이 되어버렸다. 오래간만에 아르바이트가 없는 토요일부터 핏물을 빼고 시래기를 불리며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드는 일은 고되지만 행복한 일정이 아닐 수 없었다. 포근한 월요일이 지나면 비가 오면서 갑자기 추워진다고 하는데 모두들 건강한 겨울이 될 수 있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