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아르바이트비를 먹는 거 사 오는 걸로 다 쓰시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듣곤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커피를 다른 하루는 떡이나 간식을 사가는 습관이 있다 보니 그런 우스갯소리를 듣는데 누군가에게 맛있는 것을 맛보게 하는 것에 기쁨을 느낄 때가 많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대신 다른 선생님들도 이것저것 함께 나누고 싶은 걸 가져오기 때문에 먹을 것은 언제나 풍족하게 쌓여있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자전거를 포기하고 버스를 탔다. 빵을 살까 하다가 정류장 근처에 맛있는 떡집이 있어 간식으로 떡을 샀는데 이때부터 일이 꼬였다. 10분에 한 대씩 오는 버스가 계산을 하는 도중 지나가버렸고 비를 피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 옆에 떡을 내려놨는데 버스가 오자 떡을 놔둔 채 급하게 탑승해 버렸다. 다행히 출발하고 1분도 안돼서 알아채곤 기사님께 부탁해서 하차한 다음 덩그러니 남겨진 떡을 들고 신호등에 걸린 채 정차해 있는 버스기사님께 재승차할 수 있냐 수신호를 보냈더니 냉정하게 거절의사를 밝히셨다. 다시 빗속에서 10분. 출근길 10분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아시는 분들은 모두 아실 것이다. 간식을 사가려고 부러 일찍 나온 보람도 없이 비 내리는 거리에 젖은 낙엽처럼 초라하게 멈춰 선 아침이 힘겹게 느껴졌다. 겨우 지각을 면할까 말까 한 순간 다시 탄 버스. 그런데 앞에서 달리던 차 두대가 접촉사고를 냈다. 오 마이갓!!!! 그 순간 정시에 출근할 수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을 버리고 조금 늦을 수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왕복 2차선에서 오갈 데 없는 버스라니...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은 나무를 태우고, 인간은 보일러를 개발하고, 나는 인내심을 불태워야만 했던 비 오는 초겨울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