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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데?

by 이혜연


오십이 넘었지만 지금도 내가 반백이 넘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다.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지친다거나 생리가 오락가락한다거나 어느 날 이유 없이 열이 오르내리고를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선 언제나 삼십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 친구들이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고 눈밑 처짐을 고민하는 소리를 들으면 거울 속 내 얼굴도 옅은 안개를 벗고 민낯을 드러내곤 한다. 어느 세월이 이렇게 차갑고 건조하게 얼굴을 훑고 갔을까.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하냐고 묻는데 그 말들이 낯선 우스갯소리처럼 여겨지는 건 왜일까. 그럼에도 하루하루 더 아름다워질 거라 다짐하는 건 아이들이 보는 내 모습이 오랫동안 빛나길 바라는 마음이고 여전히 뜨겁게 사랑을 주고 싶은 어미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 밤도 따뜻하게 감싸 안아줘야지. 뜨거운 가슴으로 더 안아 주고 감싸주며, 조금 더 밝은 음성으로 이름을 불러줘야지. 그렇게 오늘 더 사랑한다면 반백이 무엇이며 서른, 젊은 엄마가 무에 부러울까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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