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안 했는데 겨울의 끝을 상상해보곤 한다. 그곳에 다다르면 뭔가 다를 것 같지만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마주하게 될 텐데도 지금의 곤란한 하루를 저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려 벗어나고자 하는 건 일종의 학습된 버릇 같은 느낌도 든다. 여전히 흔들리는 지축을 가진 채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오늘이다. 작은 햇살에 아직 벗어나지 못한 허방 가득한 꿈결을 겨우 짚고 일어나 문을 열면 차갑게 날 서있는 아침이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하루 일과는 생활의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음 속에서 흘러가다가 잠깐의 쉼을 통해 어디까지 왔는지 잠시 가늠해 볼 수 있는 틈을 만들곤 한다. 그렇다고 지금이 길의 중간이라든지, 갈길 보다 온 길이 더 길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간 어디쯤이거나 여전히 시작점 언저리일지도 모를 그 길 위에서 바람 한 점에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멈춰서 있다. 그렇게 흔들리면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겨울 초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