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있는 풍경

by 이혜연


이십 대 때는 푸른 날들 위로 날아오르는 새떼만큼의 사람들 속에 있었다. 삼십 대 때는 오고 가는 이 많은 거리 한 귀퉁이에서 사람들을 만났고, 사십 대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인연에도 홀로 살아내는데 급급했다. 그러다 오십이 넘으니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게 되었다. 언제나 편하게 연락하는 이도 다섯 손가락 안에서 헤아릴 정도가 되었고, 영원하고자 했던 사람들도 희미한 연결고리만 남은 채 어제로 침몰하고 있다.


겨울 숲처럼 황량한 계절 안에서 땅속에 굴을 파고 아이들을 품고 신랑과 아궁이에 장작을 피우며 한 계절, 한 계절을 살아내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사람이라는 건 많은 관계가 필요하다기보다 나를 나답게 세워 뿌리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그 뿌리 안에서 하늘 높이 꽃도 피고 바람 한가운데 잎을 내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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