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그친 후 잠시 봄볕이 왔나 보다. 얼음이 얼지 않고, 자전거를 타도 하얀 입김이 나오지 않는 십이월의 아침은 봄이 오려는 것처럼 따뜻했다. 급하게 피어나는 봄꽃은 없겠지만 하얀 눈사이로 새빨갛게 피어나는 동백은 한창일 것 같다. 결연히 피워내어 피를 토하듯 붉게 자신의 생명을 태우는 동백은 누구를 위해 그렇게 차갑고 날카로운 계절을 뚫고 꽃을 피워낼까. 절규하듯 결연한 빛이 새삼 감탄스럽다가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는 말에 공감을 하는 나로선 꽃의 선명한 마음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스근하게 스며들듯이 곁을 내어주는 사람이 그리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