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봄

by 이혜연


비가 와도 춥지 않던 겨울은 끝내 잠을 자야 할 존재들까지 계절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뉴스를 통해 진드기들이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알을 낳고 활동을 하며 동면에 든 나무들을 죽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제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지혜와 결단이 있어야 할 텐데 그 시간을 알아채는 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힘든 일인가 봅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다 보면 마주치지 않아야 할 봄 식물들이 가끔 겨울 한복판에서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반갑고 기쁘다기보다 곧 이어질 추위에 상할까 두렵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지나가야 할 것들은 흘려보내고, 기다리고 인내해야 할 시간엔 가만히 견디며 다음을 준비하는 게 자연에서도, 사람에게도 필요한 일일 거라고 생각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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