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손에 들지 못할 만큼 선물과 꽃들을 가지고 방문해주신 분들에게 한분 한분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다른 날들도 좋았지만 오늘은 저에게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어느 젊은 분이 그림을 한참 보고 계시길래 제가 작가인데 설명해드려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분은 29살 예쁜 직장인이셨는데 저와 이야기도 잘 맞았고 다른 사람을 세심하게 칭찬하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함께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는데 그분이 오히려 저에게 이야기를 나눠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해주셨답니다. 오늘 저를 만난 게 너무 행운이라는 말씀과 함께 책이 나오면 토크 콘서트를 열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까지 해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데블스에서 오신 분들과의 시간.
최근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신 분께서 제 그림과 시, 그리고 함께 한 대화에서 위로를 받으셨다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지금 그분이 맞이한 겨울날이 얼마나 시릴까 하는 마음이 들어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면서 반드시 잘 되시리라는 믿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분이 그림을 통해 어떤 위로보다 더 큰 위안을 받으셨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첫째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전시장을 찾아주었는데 의외로 7살 아이들이 저와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즐거워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우려를 씻고 더 많이 이야기해달라며 집중하고 들어주었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아이들만의 질문과 엉뚱한 답변을 듣는 것도 재밌었고 쉬운 말들로 제 그림을 설명하는 과정도 저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동안 저도 다시 한번 그림에 대한 철학을 정립할 수 있어 더 감사했습니다.
'예술은 아름다운 쓰레기다'라는 말은 아마도 다른 사람과 공감하지 못하는 자기 아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 또한 저만의 고집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돌아보게 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공감하고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걸음을 걷게 된 게 가장 값진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누군가 힘든 시기를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림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전시가 끝나고 그림들을 내리는 과정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그림을 옮길 힘이 없어 갤러리 한 공간에 맡겨두고 왔습니다. 그러더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누구한테 흠씬 맞은 것처럼 근육통이 와서 끙끙 앓았더니 신랑이 온몸을 마사지해주고 꿀물을 타 주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