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아파서 아무 곳에도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껏 전시회 한다고 함께 한 시간들을 소홀히 한 것 같아 동행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근처 야산에서 산책을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나지막한 산기슭엔 마른 밤나무 잎사귀들이 포근하게 쌓여 가는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떨어진 것들이 포근히 감싼 겨울 길은 오히려 두텁고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누군가의 기억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나갔고,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시간들의 기억들이
추운 겨울 어느 날까지 남아 따스하게 서로를 데워줄 거라 믿어봅니다.
겨울은 어쩌면 따스한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짙어져 가장 포근한 시간들을 즐기게 되는 날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