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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14. 2022

겨울나무

겨울나무

마른 나뭇가지마다

쨍한 하늘이 걸려있다

겨울은 

정지해야 하는 시간


찬바람 가득한 세상에

바람을 막을

작은 손

주머니에 넣고

어찌하여 

나아가지 못하는가


뒤를 돌아보고

얼어붙은 발 밑을

눈치채는 순간


발을 잡고 있는

어제의 후회와

오늘의 게으름을

녹여내


나무 밑동에 숨겨놓은 

물기를 잡듯

내일을 

붙잡아야 한다


겨울나무가 그러하듯.




바쁜 날들에서 가장 그리웠던 시간은 서점에 가는 것입니다.

통창 가득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서 새로 나온 신간들과 오래된 베스트셀러들을

이리저리 다니며 읽어내는 기쁨을 한동안 누리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재활병원에서 토요일마다 서점에 가서 하루 종일 있는 저를 보고 

직원들은 이런 질문을 했었습니다. 


"실장님. 서점 가는 게 재밌어요?"

"네."

"왜요?"

"서점에 가면 살아있는 비늘 냄새가 나요. 

팔딱팔딱 바다를 누비는 물고기들의 생명력이 

비늘처럼 빛나는 느낌이 나서 좋아요."


그랬습니다. 

서점은 제게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중간에 배가 고프면 커피 한잔에 빵 한 조각을 먹고 다시 책을 읽으러 갔다가 

그날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재밌었고 기억에 남았던 책 한 권을 들고 집으로 올 때면 

얼마나 행복했었던지요. 

그런 날들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어제는 올해 초, 하브루타 수업을 6개월 정도 진행했던 센터에서 

내년에도 수업을 맡아주실 수 있느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수업하는 동안 제 강의를 즐겨주시고 좋아해 주시던 센터여서 저도 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림에 매진하고 있어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림에 관한 강의를 하실 거면 그쪽에서 하시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한 인연입니다. 


작년에 자기 주도 학습에 관해 코칭을 할 때도 학부모님께서 구청에 찾아가 

감사인사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래서 가끔 구청에서도 코칭 수업을 다시 해달라는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공부가 많이 필요한 일들인데 지금은 그림 쪽에 더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시도했었는데 그동안 참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내년엔 어떤 인연들이 있을지 기대되기도 하고 

이전에 했던 일들과 지금의 일들을 하나로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됩니다. 


오늘은 다이소에서 2023년도 다이어리를 사 왔는데 그걸 보니 

내년에 일어날 기적 같은 일들에 대해 벌써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기적을 응원해봐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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