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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15. 2022

겨울 하루



겨울이

눈을 기다리는 것처럼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골목골목

응달진 어두운 곳에도

따스하게 덮어주는

하얀 마음처럼


당신의 울음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바람도 조용하고

세상을 뒤덮던 소음도

어느새 정적이 된 것처럼

침묵으로 가득한 하루에


하얀 눈이

당신과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겨울날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엔 항상 셋이서 공원이며 놀이터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다녔는데

요즘은 그럴 시간적인 여유를 못 내고 있었거든요.

전시회 한다고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있었던 걸 생각해서

오늘은 함께 집에서 놀기로 했죠.

오전에 그림 그리고 점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며

하얗게 변하는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식사 후 눈썰매를 가지고 눈 덮인 골목골목을 아이들을 태우고 다녔습니다.

그리곤 놀이터에서 열심히 썰매를 태워줬더니 아이들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터졌습니다.

하얗고 맑은 웃음들이 털모자 사이, 동그란 얼굴에서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습니다.

조금 더 많이 놀아줄걸.. 하는 생각과 함께

그림 그린 다고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도 새어 나왔습니다.

체력이 고갈될 즈음 놀이터에 다른 형들이 아이들과 놀아줘서

커피도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지요.

눈이 오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너무나 달콤하고 맑고 행복한 기운을 가져왔습니다.

오늘은 저와 아이들 모두 충만한 행복을 맛본 날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종종 더 아이들과 일상을 벗어난

이벤트를 해야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 말고 엉뚱한 일 한 가지씩 하는 것이

얼마나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지 실감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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