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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19. 2022

소식

소식


바람결에도 

설렌다


잠깐 스친 향기에도

너의 모습이 보여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뛰어서

빠르게 달려가는

마음을 잡고


너의 소식을 

기다린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주부들은 저 말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질문인지 아실 듯합니다.

매번 돌아오는 저녁식사시간이면 고민하고 고민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지요. 

고민해봤자 저번 주에 했던 메뉴의 순서 바꾸기 뿐인데도 습관처럼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고민해서 오늘 저녁엔 갑오징어 볶음을 했습니다. 

오징어를 좋아하는 신랑과 아이들을 위한 메뉴였죠.

매실진액과 꿀로 단맛을 낸 갑오징어 볶음은 맛집 못지않게 맛있다는 평을 

신랑이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틈을 비집고 제가 이렇게 물었죠.


"방님은 좋겠네~"

순간 신랑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눈치 없는 경상도 남자도 결혼 10년 차가 되면 

아주 미세한 눈치라는 걸 장착할 수 있게 되나 보다.

"응.. 마눌님이 음식을 맛있게 해 주니까."

자기도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했는지 씨익 여유 있는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신랑.

'아니지.. 이 정도는 아쉽지'하는 눈빛으로 신랑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니 

뭐가 틀렸는지 모르는 신랑의 눈빛이 답을 찾아 갈팡질팡한다. 

어차피 기다려봐야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내가 잘 듣고 

다음엔 틀리지 말고 얘기하라는 무언의 압박과 함께 

이렇게 정답을 이야기해줬다.


"봐봐. 이렇게 예쁜데 애교도 많고 음식까지 잘하잖아."


이 말이 끝나자마자 저녁을 먹던 첫째가 

"아빠 얘기야?"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둘째가 

"누구???" 


이런 세 남자 틈에서 빛나는 보석 같은 나는 매번 그걸 

주입식으로 가르쳐야 하는 의무를 져야 한다.

언제쯤이면 저 남자들이 눈치라는 걸 장착할 것인가.

과연 눈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오십 살이 넘은 아빠의 유전자를 보면 애초에 이만큼의 눈치가 생긴 것만도 기적이니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쉬지 않고 매일 저녁 메뉴를 고민하게 되는 

한 여자의 처절한 하루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끝없는 주입식 교육을 통해 결국에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저녁상을 차리면 나를 칭송하게 만들 때까지 쉬지 않고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매일 하는 저녁 메뉴에 대한 고민처럼 이것도 왠지 

도돌임표가 될 것 같은 불길한 기시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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