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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21. 2022

잉어도

관문을 뚫고

잉어도


거센 바람이 불어와

자랑스럽던 비늘들을 떨어뜨리고

아픈 물살에 

살갗이 헤져도

나아가리라


붉은 태양이 

집어삼킨 대지


한 마리의 용이 되어

마른땅을 적시고

꿀 같은 강물을 

다시 흐르게 하리라


그리하여 

내 아픈 살점들은

용의 비늘이 되고

눈은 번개를 일으켜

죽은 나무를 태우고

나의 숨은 바람이 되어

비를 내리리라


싹이 난 것들은 

왕성히 자라고

꽃을 피운 것들은

열매를 맺히게 하리


오늘 

이 좁은 문을 지나서.





어제는 새벽녘까지 잠을 못 이뤘습니다. 

브런치북에 도전했고 밤 12시, 땡 하면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때까지도 50인 안에 들었는지 발표가 안 나서 다시 눌러보고 다시 눌러보다 포기하고 새벽 2시에나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6시에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서 확인했더니 역시나 결과가 안 나왔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오전에 알림 문자를 보니 멋진 작품들이 이렇게나 많았더라고요.

모르는 작가님들도 계셨고 한 분은 구독을 통해 알던 분이 돼서 반가웠습니다. 

내년에 시화집을 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50인에 선정되길 간절히 바랐거든요. 

급하게 이번에 시집을 낸 지인에게 어느 출판사에서 계약했는지 조건은 어떻게 정했는지 물어보았는데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일은 잠시 밀쳐두고 아이들과 눈밭에서 축구를 한 후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내일은 우리 고유명절인 동지. 

액운을 막기 위한 붉은색 팥죽을 쑤어먹는 날이지요. 

제가 브런치북 50인에 떨어진 건 액운은 아니지만 혹시나 있을 여타의 부정적인 것들을 떨치는 비장한(?) 의미로 집에서 동짓죽을 쑤기로 했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가 겨울마다 호박식혜와 동짓죽을 가마솥 한가득 끓여주셨는데 

눈 오는 날 새알심을 만들던 기억이 지금도 행복한 장면으로 떠오릅니다. 

액운도 막고 우리 아이들도 새알을 만들어보는 추억을 갖게 해 주려고 함께 만들었는데 너무 재밌다며 뚝딱 다 만들어버리더라고요. 


두 똥그리들이 처음 만들어보는 새알심

준비해둔 팥물에 찹쌀 불려놓은 거 팔팔 끓이고 설탕과 소금으로 간 맞추고 

새알심을 띄우니 근사한 팥죽이 완성되었습니다. 

세입자분들에게 전화해서 집에 계시는 분들에게 팥죽을 나눠드렸습니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이야기 나누던 초등학생 엄마도 팥죽을 좋아하는데 준비를 못했다고 해서 나눠드렸죠.  

조금 번거롭더라도 좋은 재료로 한 음식을 나눌 수 있어 

집에서 만들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생애 첫 동지팥죽

처음 끓여보는 동지팥죽.

예전에 엄마가 해주시던 가마솥 팥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아이들과 

새알심도 만들어보고 나눔도 할 수 있어서 행복한 동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북 50인에 못 들었지만 내년엔 꼭 시화집을 펴낼 생각입니다.

혹시 시화집에 관해 조언 주실 분이 계시다면 주저 마시고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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