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밑

by 이혜연
새 밑

살다 보면

아롱이다롱이


웃음으로 가득 차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날도 있고

바위에 묶인 채

저 밑 강바닥까지

숨 막혀하며 떨어진 날도

있었지


살다 보면

아롱이다롱이


하지 않았던 일도

한 일이 되기도 하고

하고 싶었던 말이

명치끝에 얹혀

아프다 말하지 못한 날도

그런 날도 있었지


하지만

그런 저런 날들도

결국은 모두 지나가는 날들 중에

하나


그 하나를 붙잡고 살기에는

새 날이 너무

아름답다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는 요즘 날짜를 세기가 어렵습니다.

어제가 며칠인지는 모르면서 이제 한 해가 다 가고 있다는 느낌만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올 해처럼 집중하며 살던 때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성격상 뭔가 계획을 세우면 그만큼을 달성해야만 잠을 자는

천성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합니다.

다만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기다릴 줄 아는

낮은 자세를 배우게 되어

예전처럼 저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그 세월을 지나온 것도 같습니다.

예전엔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화가 나면 왜 내가 화가 났는지

제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하는 자기 고집이 많았는데

지금은 기다리려고 노력합니다.

저 스스로도 당장 제 입장을 설명하려 안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못 본 것, 내가 알지 못한 것들을 반추해 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먼저 갖습니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새 밑입니다.

올 한 해는 제게 축복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씨를 뿌린 한 해였으니 내년엔 잘 가꾸어

잎도 세우고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 날들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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