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케잌 위로 하얀 설탕가루가 뿌려지듯 허공에 검지 손가락을 올리고 살짝 찍어먹어 보면 단 맛이 날 것도 같습니다. 나이 오십에 겨울 이슬비를 보고 단맛을 느낀다면 아직은 어린 감성이 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걸까요?
벌써 다음 주가 설날이네요.
예전에 저 어릴 적엔 이때가 한창 바쁠 때였습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마당 큰 집에 모여 커다란 나무판에 유과도 함께 만들고 깨잘이라고 부르던 과자도 만들고 인절미, 쑥떡도 한꺼번에 만들어 나눠가졌습니다.
유과를 만들 때는 우리 대신 아랫목을 차지한 유과 반죽들을 보며 콕콕 눌러보며 놀곤 했죠.
온 동네가 고소한 냄새로 분주하면 작은 마음들도 한껏 들떠 이 집 저 집 다니며 만들고 있는 음식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에게 눈짓을 수없이 보내곤 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설날 풍경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또 하나 잊지 못하는 것은 쌀밥을 확독에 갈아서 만들어주시던 엄마의 인절미입니다.
설날 인절미는 손님들도 대접해야 하니까 곱게 갈아서 준비하셨지만 애매한 제 음력 생일이 항상 설날 즈음이어서 딱히 선물은 못 사주더라도 항상 밥을 지어 인절미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선지 저는 미끄덩 거리며 찰지고 예쁜 인절미보다 거칠거칠하고 투박한 엄마표 인절미가 항상 너무 맛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안갯속 같던 육아의 어려움 속에 있다 보면 엄마가 저에게 해주신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당연한 듯 받아먹던 추운 겨울의 다글다글한 인절미를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을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는 그런 인절미를 맛볼 수 없겠지요.
오늘 아침 신랑이 음력 생일을 기념해 준다고 꽃을 사 온다고 하는 걸 그냥 봄이 오면 예쁜 꽃 화분으로 사달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