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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an 23. 2023

파란 밤

파란 밤


어느

밤은

별빛을 잃었다

잠 못 드는 사람들의

불빛들이

어둠을 잠식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불빛들이 따가워

밤은 새벽까지

깊이 숨어들었다


잠이 든 사람들이

깊고 푸른 밤에

가시처럼 박힌

전등불을 끌 때마다


밤은 비로소

숨겨둔 별빛들을

하나씩 하나씩

쏟아내

포근히 안아주었다



시누이 댁은 영일만 근처에 있어서 잠깐만 걸으면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을 일찍 먹고 아이들과 바다에 나가 맨발로 백사장을 걸었습니다.

발가락 사이로 보드라운 모래가 물결처럼 흩어지고 바다는 철썩이며 어제처럼 오늘을 살아갑니다.

수많은 발자국들이 어지러이 찍혀있지만 이내 바람에 그 흔적이 지워지고 백사장은 다시 아무것도 없었던 양 무심해집니다.


예전에 시골이나 바다에 나가면 쏟아질 것 같은 별빛들에 아주 먼 시간들을 만난 듯 황홀했는데 지금은 그런 별들과 쉽게 만날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바다 위의 하늘은 깊고 푸른빛을 띠어서 조금만 노 저어나가도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빨려들 것 같았는데 그런 밤을 만나려면 인간들의 밤이 조금 더 평온해지고 평안해져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한 해에는 모두 더 아름답고 평안한 밤이 되시길.

그래서 우리 모두

푸른 밤에 가득한 별들과 함께 잠드는 하루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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