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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an 27. 2023

그때 그 길

그때 그 길

올라갈 땐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내려갈 땐 

한발 먼저 내려가 

지지대가 되어주던 길


숨이 차면 

어느 계단참에 앉아 

지나온 걸음 내려다보고


한 계단 씩 

답답한 마음 디디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사람이 살던 마을은 

하나의 작은 세계일 뿐이라는 걸


오르고 내리는 

모든 인생길에서

가끔 한 계단 위를 생각하기도 하고

때론 올라온 만큼 

내려갈 생각에 울컥하기도 한다


하지만 길은 그냥 길일뿐

오르내리는 내 마음만

그때 그 길에 남아있다



그림을 그리기 전 사진을 수없이 보곤 한다. 

어느 날은 딱 마음에 드는 것들을 찾아내기도 하고 어느 날은 2시간을 찾아 헤매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오늘은 새벽 3시 48분에 눈을 떠서 명상 5분, 다이어리 아침 감사적기, 해야 할 일 리스트 적는데 15분을 더 쓰고 그림 그릴 소재를 생각하며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첫째 생일이 일요일이라 집도 꾸며야 하고 생일 선물도 사야 해서 할 일이 있었기에 빨리 소재를 찾길 바랐지만 황금 같은 새벽시간 2시간을 '오늘은 뭘 그릴까?'로 보내버렸다. 

그러다 스케치 한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찾기 시작.

그렇게 마지막 보게 된 사진.


비탈진 언덕 위에 길을 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 

어떤 일들에는 좋은 일도 없고 나쁜 일도 없다는 말이 그 길 위에서 떠올랐다. 

요즘은 이 말을 화두로 신중함도 배우고 겸손도 배우고 있다.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오만과 방종을 대할 때 속으로 저 말을 한 번 더 곱씹어본다. 

지나 보면 그 길 위에서 그때 일어나야 했던 일이었을 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는 말들을 생각하며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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