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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an 29. 2023

치장을 하고

치장을 하고

마음이 우울한 날은

거울 속의 나도

누추해진다


생기가 빠진 곳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채우려

이것저것 

빛나는 것들을 걸쳐봐도


보이는 모든 것들 중에

거울 속의 그이만

가장 초라하게 보인다면


그냥 두자

하나 둘 

풀어두자


빛나는 모든 것들이 

무거워진 날은

잠시 쉬어도 좋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덜렁거려서 뭔가 고장을 잘 냈었다. 

정말 손만 대면 물건이 깨지고 옷이 더러워지며 지퍼가 고장 났다. 

그리고 뭔가 걸리적거리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반지도 목걸이도 팔찌도 심지어 긴 머리도 걸리적거리면 

신경이 온통 거기에 가게 돼서 잘 안 했다. 

그런 이유로 결혼반지도 없다. 

분명 안 낄게 뻔한데 괜히 모셔둘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간단하게 커플링만 했다. 

물론 팔찌나 목걸이 귀걸이도 예물로 사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얼마 전 동대문 부자재 시장에 갔다가 

만삼천 원짜리 반지 두 개를 사서 끼고 다니고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초록색 네모 알 반지와 큐빅이 동그랗게 둘러싼 반지는 

두툼하고 투박한 내 손을 반짝반짝 빛내주고 있다. 

신기한 게 그걸 보는 내 마음도 가끔씩 봄처녀처럼 설렌다.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려면 주위를 조금씩 변화시켜 보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집을 치우고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못 입는 옷들은 

나눔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정리하고 비운 반짝반짝 빛나는 공간에 

눈부신 일들이 채워질 것 같은 예감이 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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