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봄

by 이혜연
사방이 봄

구름이 만든 무심한 그림자가

빌딩숲을 지나쳐갈 때

너의 소식 기다리며

새침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시퍼렇던 하늘은

뿌엿게 흐려져있고

건물 사이에서 차갑게 울던 바람은

빨랫줄에 매달려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제, 가지 끝마다

폭죽처럼 꽃이 터질 것이다

걸음걸음마다

여린 새싹들이

땅을 밀어내고

세상에 이름을 알릴 것이다


봄을 찾아 어디로 갈 것인가


오늘,

사방이 봄이다



날이 따뜻해지니 아이들과 야외활동하기가 좋아졌습니다.

아침에 텐트를 챙기고 과일과 뜨거운 물, 그리고 점심거리를 챙겨 어린이 대공원으로 갔지요.

역시나 놀이터에는 서울시 어린이들이 모두 나온 듯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텐트를 치고 뜨거운 물을 부어 라면을 끓이고 김밥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나니 비로소 촉촉하고 부드러워진 땅 위로 작은 새싹들이 보입니다. 배가 부르고 등 따시니 가지 끝마다 맺힌 봉우리들의 사랑스러움도 온 몸으로 느껴집니다.

오늘, 사방이 봄입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상춘객들 사이로 이제 파릇파릇한 사랑을 키우는 어린 연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아이가 있으면 신지 않게 되는 높은 굽의 하이힐로 얼굴이 상기된 채 눈을 맞추며 걷는 모습에도 봄이 물씬 느껴집니다. 첫째는 마른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고 둘째는 열심히 그 공을 가로채 장난을 치며 봄 한낮을 즐겼습니다.

엄마아빠의 나이는 아랑곳없이 매번 줄기차게 축구를 요구하는 첫째와 함께 오늘도 깔딱깔딱 봄 고개를 넘어가는 늘근 에미에게 부디 회춘의 마법약을 내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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